/ 작가소개에서 /
맛 좋고 몸에도 좋은 밥 같은 시와 이야기를 짓고 싶습니다.
/ 책에서 /
봄바람
바람이 자꾸 노크해서
창문을 연 거야
바람은
책장을 날리고
머리카락을 날리고
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
날려 버렸어
내 마음에 잔뜩
봄바람 들었나 봐
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
엄마, 믿어 줘
나 이번 시험 진짜 자신 있었거든
그런데 시험 중에
바깥에 유치원 꼬마들 재잘재잘 지나가고
확성기로 동네 아줌마들 다 부르는
생선 장수 아저씨 트럭 지나가고
나중엔 불도 안 났는데 복도에서
화재 경보음까지 울리지 뭐야
도대체 집중이 돼야 말이지
결정적으로 어제 너무 무리했는지
머리 아파 죽는 줄 알았어
공부한 거는 생각 안 나는데
아빠가 성적보다 건강이
중요하다고 했던 거는 생각나는 거야
그래서 대충 찍고 잤어
나 잘했지?
걱정 마
다음에 잘 치면 되지 뭐
주인공
운동회 하는 날
계주에 선발된
우리 반 난쟁이 똥자루 네 명
작전 개시!
첫 번째 주자
두 명이 든 작대기에
통돼지 바비큐처럼 매달려 가요
두 번째 주자
뒷걸음질하며 가고요
세 번째 주자
고릴라 흉내 내며 가죠
바통을 건네받은 마지막 주자
신나게 역주행 하다가
마주치는 일등
땀 뻘뻘 흘리며 오만상 찡그린 일등
힘내라고 어깨 두드려 주고 달려요
구경꾼들 배꼽 빠졌어요
꼴지라도 주인공이죠
산수유꽃
팡!
터졌다
산수유꽃
송이송이
노란 폭죽이다
동박새 한 마리
폭죽 속에
파묻혀
이 가지 저 가지
옮겨 다니며
봄 축제 구경 한창이다
평등
검은 콩
누런 콩
하얀 콩
눈뜰 땐
모두
연노란 새싹
월동 준비
따로따로 떨어진
나뭇잎들
바람에 공중제비 돌다가
이리저리 나뒹굴다가
혼자 있는 것보다
덜 춥고
덜 무섭고
덜 쓸쓸해
한쪽 구석에 똘똘 뭉치지
함박눈
밤새
함박눈 내리더니
온 마을 온통
하얗게 팩을 했다
햇살이
사르르 팩을 걷어 내자
낙엽도
돌부리도
개밥 그릇도
반짝반짝 빛난다
만병통치약
계곡 학교
쓰레기 몸살로
휴교령 내려진 뒤
…..
…..
오랜만에
자퇴했던 가재가
등교했다
지갑
하이고, 정신머리 좀 보소
생선 가게에서 고딩어 한 손 사고
깜빡 지갑 놓고 왔다
뻐쓰정류장 다 와서 기억났다 아이가
눈앞이 깜깜한 기라
무릎 아푼 것도 잊아뿌고
쌩쌩 달렸제
휴, 지갑 찾아 돌아가는 길에
무릎은 쿡쿡 쑤시는데
실실 웃음이 나데
지갑 속에 든 거?
뭐 빌 거 아이라
종우돈 맻 장,
동전 맻 개,
날짜 지난 온천 할인권,
그라고, 손자들 웃는 사진
생활통지표 나온 날 일기예보
오늘부터 집 안은
태풍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
나 때문에 쌓이고 쌓인 불만이
먹구름을 피워 올리다가
생활통지표 보자마자
엄마 아빠 동시에 폭발하겠습니다
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
누굴 닮아 저 모양이야
비바람까지 휘몰아쳐
간조마조마지수와
심장벌떡벌떡지수는
99.9%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
초판 1쇄 발행 2017년 8월 28일 지은이 : 정연철 그린이 : 안은진 펴낸이 : 이상훈 출판사 : 한겨레아이들 ISBN : 979-11-6040-092-2 74810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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